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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편견타파 릴레이] 나는 영문과다?

릴레이 포스팅은 참 어색하고 낮설긴 한데, 주 방문 고객이신 엘군님께서 넘겨주신것이라 이렇게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경어체를 쓰지 않는것은 그냥 글 쓰면서 굳어진 버릇이니.. 엘군님 이하 방문객들은 너그러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영문과 학생이다.

그것도 4학년 1학기를 마친 늙수구레한 말년 영문과 학생이다. 2002년 영문과에 들어온 이래로 느낀 편견은 딱 2가지였다. 이 포스팅은 그 2가지의 편견들에 관한 날라리 영문과 학생의 궁색스러운 변명과 거짓된 풍문의 진상 규명이다...

영문과의 이미지란게 마땅히 없으니... 알파벳이라도~

영문과의 이미지란게 마땅히 없으니... 알파벳이라도~


첫번째 편견은 '영문과니까 영어 진짜 잘하겠다'
참 아이러니한 사실이지만, 영문과 학생이라고 해서 영어를 무슨 원어민 수준 혹은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 영문과 학생이 받는 수업은 크게 3가지 분류로 나뉜다. 회화, 문법, 문학인데, 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엔 문법과 문학의 비중에 비해 실전 과목이랄 수 있는, 회화, 작문같은 과목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편이다.

문법과 문학이라도 영어의 문법과 영어로 씌여진 작품을 공부하는데 영어 실력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문법의 경우, 성문 영어 문법과 같은 회화 문법의 연장선이 아닌 언어학에 가까운 과목들 그러니까 구문론, 음성학같은 과목을 배우게 된다. 이런 문법 과목들은 고등적으로 영어라는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배우는 과목들이지만... 실전적인 면에서의 활용도는 정말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학점받기도 어려운 기피 대상 과목들이다...)

문학의 경우엔 중세부터 근대 혹은 현대의 영문시와 소설들을 배우는데, 중세 시나 소설을 배우는 경우에 현대 영어와 문법 체계나 단어가 상당히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참 괴리감을 느끼기 쉽다. 쉽게 말해 외국인 어학당 학생들이 용비어천가를 배우는 꼴이라 생각하면 된다... 근, 현대의 작품의 경우엔 어휘력, 독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수업의 포인트는 문학적인 해석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영어보다는 문학에 가까운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영어만 줄창 4년을 주무르다 보니 평균적인 영어교육을 받은 비전공자에 비해 일반적인 어휘력이나 단어같은 부분에서 더 나을수도 있긴 하지만, 한국은 '영어에 미친 나라' 다 보니 영문과만이 가지는 경쟁력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어 실력의 범주인 회화나 작문같은것들은 영문과냐 아니냐 보다는 유학이나 언어연수의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린다고 보면 된다. 모든 영문과 출신들이 미드나 영화를 자막 없이 보거나, 외쿡인과의 프리토킹을 능수능란히 하거나, 한글로 써도 어려운 문장을 쉽게 영어로 작문할 수 있다는 믿음은 일부 나와 같은 날라리 영문과 학생들에겐 날카로운 비수처럼 속을 파고든다..

이런 시츄에이션... 영문과라고 있겠슴까?

이런 시츄에이션... 영문과라고 있겠슴까?


두번째 편견은 '여자 많겠네 우와 좋겠다 + 나 소개팅좀~'
정말 많이 듣는말이다. 20대건 30대건 40대건 영문과 다닌다고 하면 위의 말은 꼭 나오곤 한다. 영문과에 여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과의 경우 평균적으로 한 학년이 30~40명이면 남자들은 10명 내외정도니... 하지만 남자들이 말하는 '여자가 많다'라는 문장에는 은근히 이쁜 여자가 많을 것이다 라는 근거없는 부러움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슈퍼 모델 선발 대회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영문과에 이쁜 여자가 많을리가 있겠는가. 그냥 한국의 평균적인 미모 분포율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여자가 많아서 좋겠다 라는 부러움 또한 문제가 있는것이... 같은 동기로써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는 1,2학년의 경우에는 그 많은 처자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것이 쉽지만, 복학생의 경우엔 조금 사정이 달라진다. 소위 말하는 세대차이도 나게 되고, 능글맞고 유들유들한 복학생들이나 후배처자들과 친하게 지내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냥저냥 얼굴이나 알고 지내는게 전부다. 그리고 솔로인 영문과 남자에게 소개팅 부탁은 제발 피해 줬음 하는 바램이다. 소개팅 시켜줄 참한 처자가 있으면 그 솔로 영문과 남자가 더 탐을 내지 않겠는감?

릴레이 바톤을 위해 다시 경어체로 바꿉니다. -_-;

바톤을 이제 넘겨야 하는데, 빈약한 방문자수덕에 제대로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가는대로 세분한테 바톤을 전해드립니다.

1. 낙도 같은 제 블로그에 열심히 댓글 달아주시는 감사한 띠용님
2. 바다위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신다는 재즈벌레님
3. 사진외에도 작곡도 하시고 참 다재다능해 보이시는 모노피스님

[편견타파 릴레이] 양식
1. 자신의 직종이나 전공때문에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써주세요.
2. 다음 주자 3분께 바톤을 넘겨주세요.
3. 마감기한은 7월 31일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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