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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DEUX : 무관의 제왕

DEUX

DEUX

DEUX 라는 그룹이 한창 활동했을 당시 국민학생이던 본인은 사실 DEUX 를 찾아듣는 팬은 아니었다. 당시 문화적인 이슈 그 자체였던 서태지와 아이들이야 알고 있었지만, 전반적인 대중가요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탓이리라. 그 탓에 가요시장의 황금기였던 90년대 초중반에 쏟아졌던 수많은 명반과 가수들을 철지나서 접하고 뒷북으로 들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살짝 삼천포로 빠진 이야기를 다시 DEUX로 돌려보면, DEUX 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다소 급작스런 DEUX 의 해체와 그 해 겨울 멤버 김성재의 사망 사건 이었다. 아쉽고도 충격적인 이 사건은 뒤에 언급하기로 하고 시간을 조금 앞으로 당겨서 듀스 초기부터 그들의 활동과 음악을 짚어보도록 하자면...

1993 년 4월 발매된 듀스의 1집 'DEUX' 는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 불어닥친 댄스 열풍의 아류로 치부될뻔한 상황속에서 타이틀곡 '나를 돌아봐'가 히트하게 되며 가요계에 그 이름을 알리게 된다. 1집의 열기를 이어가듯이 그해 11월에 발매된 2집 'DEUXISM' 에서 '우리는' , '약한 남자'의 히트로 일개 그룹에서 점점 그 존재감을 높여가기 시작한다. 타이틀곡만 언급하면 아쉬우니 2집에서 빼놓을수 없는 곡을 하나더 꼽아보자면, 락 그룹 H2O 와 함께한(피쳐링 이상의 공동작업이었던), Go ! Go ! Go ! 는 당시 가요들에 차용된 랩과 달리 '고' 로 각운을 강조한 가사로 랩에 있어서 라임의 개념을 확실히 심어놓은 트랙이었다.

DEUX`s Discography & 故김성재의 유작 솔로 앨범

DEUX`s Discography & 故김성재의 유작 솔로 앨범

뒤이어 발매된 2.5집 'Rhythm Light Beat Black' 은 신곡 + 기존곡의 리믹스로 발매된 음반으로 듀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이 된 '여름 안에서' 가 수록되어있다. 기존곡의 리믹스 중 와닿는것은 사실 그다지 없었지만, 앞에서 언급한 '여름 안에서' 와 가요화 되지 않은 온전한 형태의 힙합 트랙 'Time 2 Wreck' 만으로 그 가치가 충분한 음반이라 생각한다. 1995 년 4월 발매된 3집 'Force DEUX' 는 이현도가 당대의 프로듀서로써 인정받을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명반이었다. 가요화된 뉴 잭스 윙 사운드의 '굴레를 벗어나' , 슬로우 잼 넘버 '다투고 난 뒤' , 한국의 훵크 마스터 한상원의 기타연주로 빛이 더해진 'Message' (한상원과의 작업은 이현도의 솔로 앨범에서도 쭉 이어지게 되며, 합작형태의 D.O Funk로 발전하게 된다.) 등 여느 앨범 보다 매력적인 트랙이 많았던 3집이었다.

3집 발매 이후 드라마,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당시 음반사와 맺어진  DEUX 로써의 계약이 정당한 대우에 미치지 못한것과 여러 복잡한? 상황으로 부터 탈출 하기위해 이현도와 김성재는 DEUX 를 해체를 하고, 미국에서 김성재의 솔로음반 준비를 하게 된다. 김성재의 솔로앨범은 11월에 발매되고 타이틀 곡 '말하자면' 의 첫방송이 공중파를 타고 난 다음날 호텔에서 김성재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흥분제를 주사한 흔적이 있다.' '누가 주사를 놨는가.' 당시 연인으로 알려진 김모여인이 용의자로 몰리는등 수많은 말과 의혹이 난무했던 이 사건은 끝내 미결처리된채 묻혀지게 된다. 이 후 발간된 이현도의 자서전에는 듀스 당시부터 연이 있었던 용의자 김모 여인에 관한 비난과 의혹에 눈길이 서린 글이 실려있기도 했다.

DEUX의 해체와 김성재의 죽음으로 인해 DEUX는 가요계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이현도가 솔로로써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가고는 있지만, DEUX 때처럼 가요계의 중심의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지는 않다. 흔히 DEUX 를 말할때 동시대에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의에 의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그룹이라고들 한다. 인지도나 대중적인 영향력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댄스음악, 흑인음악의 음악성의 평가에 유난히 인색한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DEUX 는 90년대 당시 팝씬을 주도하던 흑인 음악의 이해와 가요로의 도입에 있어서 여타 그룹보다 월등한 퀄리티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그룹이었고, 댄스 듀오/그룹으로써 DEUX에 미치는 그룹은 이후로 찾아볼수가 없었다. (클론은 퍼포머로써의 역량과 대중적인 인기에선 DEUX에 뒤지지 않을지 몰라도, 음악의 주체성에 있어서 김창환 사단의 꼬리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제2의 DEUX를 표방하고 나섰던 언타이틀은 그 싹수를 피우지 못하고 해체를 맞이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