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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090527 일상

2005년부터 기른 머리를 저번주에 9mm로 반삭발을 해버렸다. 더 이상 나는 일탈의 범위에 속하는 긴머리 남자가 아니게 되었다.[각주:1] 어깨를 덮고 가슴치까지 오던 머리가 사라지니 상모라도 돌릴 수 있을듯 머리가 한결 가벼워 졌다. 샤워후 수채 구멍이 막히는 일도 사라지고,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 뭉치도 사라졌다. 헤어드라이기와 바비리스 고데기는 곧 전역할 동생에게 주어야 할듯. 학교에서 만난 동생들이 죄 낄낄 거린다. 어느 놈은 형 머리 노무현 때문에 잘랐어요? 이러는데 이런 소리를 들을만도 한게 작년부터 지금 3학기 동안 프리 토픽 스피치는 전부 정치 이야기로만 했으니...

집앞 5분거리에 민주당에서 마련한 분향소가 있었지만 차마 그곳에서 분향을 할 마음이 안들어서 학교 갔다 오는길 수원역에 시민들이 설치한 분향소에 들려 분향을 하고 왔다. 버스정류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그의 영상물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줄도 생각보다는 어느정도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내 옆에서 분향하던 젊은 처자는 무에 그리 슬프던지 영정 앞에서 발도 떼지 못하고 울먹이고 있었다. 분향소 사진을 찍을까 하다가 허세 싸이월더라고 오해[각주:2] 받을까 싶어 무료로 나눠 주는 한겨례 주간지만 챙겨 소심하게 돌아서 집으로 왔다.



다시 학교 야그를 좀더 해보자면 말도 안되는 전공수업에서 도망치고자 교양 수업을 하나 낑군게 사회학의 이해란 과목인데, 교수가 분향 다녀온 사람 있냐고 물어보니 이건 뭐 20대 국개론에 대해 반박할 여지도 없는 수준. 하기사 북한이란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쁜 나라에요 라고 상큼하게 대답하는 아이들과 무슨 썰을 풀어 보겠다고... 뚱한 분위기에 교수도 멋쩍은건지 비웃는건지 그냥 강의 진행. 이 수업에서 한국 사회에 대해서 자유로운 주제로 레포트를 작성 하는게 있었는데 분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삭히고자 그의 죽음을 주제로 글을 써내려 가다 보니 노무현 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아는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과 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이렇게 없었나 싶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기본 교육 과정에서 근현대사 부분을 날림으로 배워서 그렇다고 하고 싶지만... 어쨋든 부족한 머리에 진실을 채워넣고자 근현대사 책을 결제... 내일은 올테니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1. 깍고 보니 9mm도 일탈의 범위에 속하는 머리더라. [본문으로]
  2. 분향소에서 사진찍는 사람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냥 본인이 소심한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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