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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빅뱅이론, 하우스, 오피스로 이어지는 미드 사이클이 지겨워져서 국내 드라마를 간만에 봐볼까 하다가, 최근 무릅팍 도사에 출연한 이준기를 생각하고 그의 출연작 중에 못봤던 개와 늑대의 시간을 고르게 되었다. 간단히 느낌만 정리하자면

  • 액션 느와르에 이준기?라는 의문은 말끔히 해소된다. 2007년 당시로서 보자면 이런 의문은 당연한 의문일지도 모른다. 왕의 남자의 중성적이고 남자들에게 비호감이었던 이준기의 이미지는 이 작품 하나로 완전히 날라간다. 대역을 안썻다고 하는 액션연기는 우와~까지는 아니지만 좋게 평가받을만한 부분이고, 국정원 요원에서 폭력조직의 간부를 오가는 케릭터의 이중성과 혼란. 때때로 터진 분노의 표현도 좋았다.

  • 수현(이준기)친구이자 적인 민기역의 정경호 역시 중후반부의 연기는 볼만 했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호연에 비해 뒷일은 일지매로 또다시 한방 터트린 이준기보다 덜 풀리는 듯... 히로인인 남상미는 이쁘고 무난한 연기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중견배우들의 연기야 어느정도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해주긴 하지만, 아주 오랜만에 보는 최재성[각주:1]의 연기는 중견배우들중에 특히 인상 깊었다. 폭력 조직의 보스라는 역은 아주 비열한 케릭터로 표현되기 쉬운데 담담한듯하면서도 중후한 연기가 좋았다. 마오(최재성)의 조직과 대립하는 국정원의 정학수 부국장역에 김갑수의 냉철한 연기도 역시 좋았다.

  • 개늑시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24부작에서 16부작으로 축소된 탓인지 극의 전개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좀 있다는것. 일생의 라이벌이자 적의 관계에 놓인 수현(케이)과  민기의 재회씬에서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라고는 하나, 케이를 보고도 수현을 연상하지 못하는 민기의 감정선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었고,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드러나는 마오와 수현의 아버지와의 관계는 너무 짧고 급하게 다뤄졌다는 느낌이 든다. 이 정도의 중요한 설정이면 조금도 공들여서 풀어나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거슬리지 않는 점은 개늑시 자체는 수현 1인의 드라마라해도 과언이 아니고 극에서 가장 중요한 수현의 감정선의 변화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전개로 이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 당연한 소리지만  좋은 드라마의 요건에는 좋은 연출과 각본이 기본이다.

  • 엔딩 부분은 수현의 죽음으로 끝났어야 조금더 느와르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자신의 존재를 다시 숨기고 블랙 요원으로 돌아간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 보통 이런 액숀드라마의 경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촌스러운 네이밍[각주:2]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드라마의 네이밍을 누가 한건지 몰라도 '개와 늑대의 시간'[각주:3] 이라는 제목은 촌빨날리지 않으면서도 드라마의 모든것을 함축한 의미있는 제목이었다.
  1. 개늑시와는 상관없는 소리지만 오랜만에 최재성을 보니 요즘 방영하는 2009 외인구단이 떠오른다. 여러가지 아쉬운 의미로다... [본문으로]
  2. 고연정 주연의 히트 같은... [본문으로]
  3. 이수현曰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헤치려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이때는 선도 악도 모두 붉을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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