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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EverQuest 2 - 솔로잉에서 파티플 그리고 길드

초보자의 섬이나 퀴노스 안에서의 퀘스트나 몹은 솔로잉으로 무리없이 해결 가능한 수준 이었지만, 퀴노스의 대문을 박차고 나간 안토니카의 광활함은 MMO 초보에게 있어서 어디가서 뭘 해야 하나 싶은 난감함을 안겨주었었다. 퀴노스에서 주는 퀘스트들을 거의 마무리 지을 무렵엔 10레벨 중반 정도였고 무슨 똥고집인지 공개창에서 사람들 모아서 가는 스톰홀드 던전을 혼자 비집고 들어가다 버서커 케릭은 시체석도 못찾고 폐기처분되고 우드엘프 여케[각주:1] 레인저를 다시 만들어 무식한 닥사냥으로 20레벨을 딩하고 썬더링 스텝스로 넘어가게 되었다.

새로운 존으로 넘어왔으니 뭔가 더 재밌을거란 기대는 초반부터 처절하게 무너졌다. 썬더링 스텝스에서는 솔로잉을 할만한 퀘스트나 사냥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전에 플레이했던 라그나로크나 와우에서도 파티플보다는 솔로잉을 선호했기에 EQ2에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무식한 닥사냥으로 겨우 여기까지 왔지만, 새로 넘어온 썬더링 스텝스에서 또 그런 닥사냥을 하기엔 여건으로나 재미로써나 도저 내키지가 않은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그동안은 거들떠도 안보던 공개창에서 거인 경험치 팟 딜러를 구한다는 글이 왜 하필 그순간에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그 순간 저기라도 낑겨서 해봐야겠단 마음이 들었던건 참 신기한 일이었다. 딜러라서 그사이에 자리가 없어질까 재빠르게 귓을 날리고 운 좋게도 그 경험치 사냥 파티에 난 초대를 받게 되었다.

http://gdub4.wordpress.com 에서 퍼온 썬더링 스텝스의 거인

http://gdub4.wordpress.com 에서 퍼온 썬더링 스텝스의 거인


초대를 받은 파티에는 버서커와 워록(흑마공), 위저드, 네크로맨서, 템플러(블루사파)가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그들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이 파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수가 있었다. 보통 닥사냥 경험치 팟하면 그냥 기계적으로 사냥만할꺼 같은 삭막함이 연상되는데 이 파티는 아주 수다스러우면서 화기애애한 그런 파티였다. 파티플은 처음이었지만 거인을 때려잡아 나가는 경쾌함이 뭔가 이사람들하고 호흡이 굉장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부끄럽게도 이때 처음으로 난 스카우트가 파티 HO 스킬을 발동시키는 것이란것도 배웠었다. 두어시간의 열렬한 사냥후 파티원들끼리 서로 친구 추가를 하고 그 이후로는 그룹으로 몰려다니며 썬더링 스텝스를 휘젓고 다녔다. 이때 처음으로 온라인 게임에서 민증을 까고 호형호제를 했었다. 결국 6명의 파티원들은 길드를 만들기로 하고 나이가 젤 많은 워록 흑마공 형님을 길드 리더로 추대하고 길드명을 논하기 시작했는데 이름 후보로 기억나는것들 중 하나는 BlackCat... 위자드 형님의 의견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게이휠 난다고 가루가 되도록 까였던 기억이 난다. 난상토론끝에 다소 유치한 감이 있는 Silence of Destroy (이하 SOD) 란 길드이름을 정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길드 라이프를 통해 혼자서 게임하는 외로움을 벗어나게 되었고 어느덧 30레벨을 넘어서게된 우리는 Heritage Quest에 욕심을 내게 된다.

Heritage Quest 는 보통 퀘스트와는 달리 연계퀘스트의 형태로 최종 보상은 무려 Legendary 등급인 꽤나 욕심나는 보상템을 주었던 퀘스트였다. 30 레벨과 HQ에 대한 욕심은 넥성이라 불리웠던 Nektropos Castle 로 이어지게 되어 있었다. 넥숲에 위치한 고성 던전인 넥성은 헤이든의 이어링, 구울베인 복원과 같은 몇가지 HQ 가 거쳐야할 중요한 지점이었고, 중간의 소환 이벤트로 Fable 등급의 아이템을 드랍하는 철상자를 파티원수 대로 얻을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30레벨에게 있어 가장 욕심이 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만한 보상이 주어지는 만큼 넥성의 난이도는 초보들에게 있어 절망적인 난이도였고, 그 험난함은 이미 공개창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아이템과 퀘스트 욕심은 나는데 막상 가자니 헤멜게 무서운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미 넥성을 한번 완료 해봤다는 워든 한명을 알게 되고 우리들이 갈거라면 흔쾌히 같이 가주겠노라는 그 워든의 제안에 우리는 심히 고심[각주:2]을 하고 저녁께에 넥성을 향해 출발하게 되었다.

스산한 고성의 냄새를 팍팍 풍기는 Nektropos Castle

스산한 고성의 냄새를 팍팍 풍기는 Nektropos Castle


  1. 지금은 어느게임에서건 절대 여케를 하지 않지만, 이때 왜 여케를 만들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본문으로]
  2. 고심의 이유는 이미 넥성을 완료했다는것은 소환 이벤트로 철상자를 이미 봤다는 뜻이라, 같이 가게 되면 철상자 하나분의 룻을 우리가 손해보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