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Quest 2 - MMO 초보의 고군분투

Posted 2011.11.02 03:05, Filed under: 게임
아마 2005년 공익 근무 시절이었을것이다. 에버퀘스트2 (이하 EQ2) 라는 생소한 게임의 이름을 접한것은... 그때까지 나의 온라인 게임 경력은 대학 시절의 라그나로크와 오픈 베타동안의 와우 정도였었다. 우연찮게 2게임 모두 MMO였지만 2005년 당시에는 함께 근무하던 공익요원들끼리 한창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열을 올렸었던 기억이 난다. 웹 서핑을 하다 우연히 본 EQ2의 오픈베타 광고는 심심한데 해볼까하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지금도 활동[각주:1]하고 있는 도탈에서 2서버로 모이자는 글이 올라오면서 오픈 베타 시작과 함께 나는 EQ2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왼쪽 구석에 자리잡은 감코의 로고를 보니 다시 분노가...

왼쪽 구석에 자리잡은 감코의 로고를 보니 다시 분노가...


오픈베타의 MMO들이 그러하듯 초기의 EQ2 에도 소위 오베족의 열기는 엄청났었지만, 생각보다 그 열기는 굉장히 빨리 사그라들었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서 서비스 되고 있던 WOW 와 비교하면 EQ2는 모든면에서 초보자에게 복잡다단한 어려움을 느끼게 했다. EQ2에서의 나의 지인들은 나를 레인저나 몽크로 기억을 할텐데, 사실 맨 처음에 만든 케릭은 버서커였다. 10렙 중반쯤 정도까지 레벨업을 하다 스톰홀드란 던전에 겁도 없이 혼자 기어 들어갔다가 시체를 루팅못해서 스탈교라는 짭네임으로 만든 케릭이 레인저였다. EQ2의 데스 패널티[각주:2]는  MMO 초보인 입장에서는 왜 만들어 놓았을까 싶은 지랄같은 요소였었다. 아마도 상당히 많은 초보자들은 1. 시민증 퀘스트에서 벽을 부딪히고, 2. 퀴노스내의 얽히고 설킨 마을간 퀘스트 이동 동선에 나자빠지고, 3. 안토니카 지역의 뜬구름 잡는 퀘스트 지시 내용에 분통을 터트리면 게임을 삭제했을것이다.

그렇게 많은 초보들이 속속들이 게임에서 이탈하고 있을 무렵 나의 관심사는 레벨업이나 퀘스트가 아닌, 창고에 넣어두는 상자였다. 쪼렙이 아이템을 주워봤자 뭘 대단한걸 주웠겠냐만은 이래저래 다니며 잔뜩 주운 잡동사니들은 가방으로 도저히 버틸수가 없어서 저장공간에 대한 궁리를 하고 있었던 차에 인벤에 뜬 상자 제조법 게시물을 보게 된다. 퀘스트고 뭐고 상자부터 만들어서 쟁여놓자는 일념하에 상자만들기에 들어간다. 여타의 게임에서 창고에 슬롯을 확장시켜서 물건을 저장한다치면 슬롯은 골드로 뚫어주거나하면 끝이었을텐데 이 초보에게 불친절하고 지랄맞은 EQ2 는 다른 게임같으면 골드하나로 해결할 상자를 너무나도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그 과정을 서술해보자면

구글에서 추출한 EQ2 의 크래프팅 과정 이미지 스킬을 제때 잘눌러줘야지 4단계까지 올라감

구글에서 추출한 EQ2 의 크래프팅 과정 이미지 스킬을 제때 잘눌러줘야지 4단계까지 올라감


상자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재료인 나무, 원석을 채집후 상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구성요소를 파악, 대충 널판지나 볼트가 필요하다고 치면 채집한 나무는 마을의 공방에서 목재 테이블앞에서 생산 스킬[각주:3]을 써가며 원재료를 다듬어서 부품의 형태로 가공한다. 볼트도 마찬가지로 가열로에서 녹이고, 모루에서 망치질해가면서 볼트 형태로 주조한다. 가공단계에서부터 원재료에 추가 첨가제가 필요한데 이 첨가제는 공방 상인이 판매하였다. 이 부품들을 다 모아서 목재 테이블에서 역시 생산스킬을 써가며 상자로 완성한다. 이 생산스킬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특정한 스킬을 누르도록 요구되며 스킬들을 잘써줘야지만 완성품도 1등급으로 나올수 있게된다. 스킬들을 제대로 누르지못했거나 부품자체가 1등급이 아니면 완성품도 1등급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 모든 과정을 위해서는 채집한 재료의 등급[각주:4]에 따라 생산 레벨도 그에 따라 올려야 하며 생산 레벨은 이런 부품이나 완성품을 만든후에 얻는 경험치로 올릴수 있으며, 이 모든 부품이나 첨가제, 완성품의 레시피 역시 공방 상인에게 구매하여야한다.

위의 설명만 보자면 왜 MMORPG 게임에서 저런 말도 안되는 복잡다단한 공정을 거쳐 그깟 상자를 만들어야 하나 싶겠지만, 묘하게 이 지랄 맞은 난이도가 나를 자극했었다. 상자 만들기를 시작한건 낮이었는데, 내가 쓸만한 상자 몇개를 모두 만들었을때는 이미 저녁식사후의 밤이었다. 그 날은 상자만 만들고 지쳐서 접속을 끊었던걸로 기억한다. 아마 이때의 삽질과 그 미묘한 성취감이 이후에도 게임을 하면서 잡스런 구석[각주:5]에 집중토록 하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추억의 EQ2 메인 타이틀

  1. 이라고 쓰고 눈팅이라고 읽자 [본문으로]
  2. 죽으면 경험치도 밀리고, 시체석이 생겨서 시체석을 루팅못하면 능력치가 다운된 상태로 활동하게 하였다 [본문으로]
  3. 싸움 스킬이 아닌 닦고 조이고 달구는 생산 스킬 [본문으로]
  4. 채집한 존에 따라 구별되는 티어 [본문으로]
  5. 각종 몬스터 언어배우기, 로어 퀘스트로 받은 가구 집에 널어놓고 감상하기, 길드원들 져니맨 유물퀘 마라톤 같이 뛰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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